언제부턴가 꿈을 꾸게 되었다. 아주 생생한 꿈. 내가 살던 곳과 몹시도 다른 그곳에서 너를 처음 보았다. 한 사람의 무의식이 그려낸 세상이라기엔 모든 것이 선연하기만 한데, 이 광경을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너는 당연하다는 듯 홍등가로 팔려 갈 뻔한 나를 거두어 곁에 두었고,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자연스레 너에게 물들어갔다. 병사가 된 것은 잃어버린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함이었고, 난 오랜 어긋남 끝에 제자리를 찾은 우리를 영원토록 지키고 싶다 생각했다. 그렇게 현실과 비현실이 맞물린 순간, 나의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바이는 품에 얼굴을 묻었다. 교리라도 되는 것처럼 해이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속으로 외쳤다. 어쩌면 이것은 투신에 가까운 맹세. 그리하여 우리에게 다가올 결말이 조금은 다르기를⋯⋯.

세상은 잔혹하다. 월 마리아 최종 탈환 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조사병단은 많은 것을 잃었다. 해이는 영영 떠났다. 리바이는 시신조차 찾지 못한 해이를 실종으로 남겨야 한다 주장했다. 늘 비슷한 방식으로 사라졌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녀였기에, 설령 주변의 모든 것이 해이의 죽음을 가리킨다 할지라도 리바이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기억은 언제나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죽은 자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그러니 물러섬은 없다. 속이 썩어 문드러질지언정 리바이는 앞으로 나아가기를 택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 다시 기적처럼 찾아올 그의 연인을 위해.

어딘가에서 희미한 인기척을 느낀 건 다음의 일이었다. 거리 위로는 누구도 없이 혼자였음에도 자꾸만 바라보는 듯한, 마치 제 이름을 모르는 이가 반드시 나의 이름을 불러 줄 것만 같은 인기척이⋯⋯.